종교 및 세상살이

무엇을 정의할 것인가?(난정 難定)​

kbd112 2021. 4. 11. 09:24

무엇을 정의할 것인가?(난정 難定)

마음은 본래 거처가 없고 심래무거처 心來無去處

바람 또한 실체가 없나니 풍역무진순 風亦無眞瞬

무엇을 일러 이것저것이라 할까 하위정사피 何謂定斯彼

때와 장소에 따라 인정하거나 말것을. 수시처부인 隨時處否認

 

마음이란 추상적 명사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늘 쓰는 말이지만 마음이 뭐냐?

마음이 어디에 있느냐?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 어렵다.

마음은 인간의 의식(意識)을 뜻한다.

의식이란 깨어있는 상태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유마경(維摩經)에 보면

“마음은 안에도 있지 않고, 밖에도 있지 않으며, 중간에도 있지 않다.”라고 했다.

논리의 극대성이라 할 수 있는 기신론(起信論)에 의하면

“한 마음에 두 가지 문이 있다.”(一心二門) 했다.

하나는 청정한 마음 문(진여문 眞如門) 둘은, 나고 죽는 문(생멸문 生滅門)이다.

청정한 마음이란, 진실 된 마음으로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마음을 뜻한다.

나고 죽는 마음이란, 번뇌를 뜻한다.

즉 선과 악을 일으키는 마음으로 윤회하는 마음을 뜻한다.

이러한 것들이 추상적 마음의 세계다.

마음을 추상적으로 보는 것은 마음이 형체가 없기 때문이다.

보려고 해도 볼 수 없고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다.

이러한 마음 깊이를 현대 심리학에선 id로 표현하는데 곧 본능(本能)이다.

이 본능 속에는 불성(佛性)도 있고 악(惡)도 있다.

 

프로이트는 모든 죄는 이 본능에서 나온다고 본다.

그러해서 마음은 분명히 선과 악을 가진 도구라 할 수 있지만,

무엇이라 정의(定議)하긴 어렵다. 그것은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마치 바람과 같고, 봄날의 아지랑이 같고, 북극의 오로라와도 같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주체가 되는 마음도 실체가 없는데

순간순간 일어나는 삶의 여러 형태를 어찌 이것이다, 저것이다 정의 할 것인가?

다만 맑은 거울 앞에선 검은 것은 검은 대로, 흰 것은 흰 대로 비칠 뿐이다.

흰색 검은 색 또한 어떤 작용의 영향에 따라 붉고 푸르게 나타날 수 있다.

야부선사(冶父禪師)의 게송(偈頌)에

천지만물의 법왕 마하대법왕 摩訶大法王

짧거나 길지 않다 무단역무장 無短亦無長

본래 희고 검지 않지만 본래비조백 本來非皂白

환경에 따라 푸르고 누르게 들어날뿐 수처현청황 隨處現靑黃

 

인간의 주체로 느끼는 마음의 작용이 이러한데

무엇을 옳다 그르다, 이것이다 저것이다 할 것인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를 뿐이다.

좋은 예로 부처님께 어떤 제자가 부처님께 그때그때 말씀이 다르다고 하자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근기에 따라 법문을 하신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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