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이야기(건강 등)

《모윤숙 시 》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중에서 ~

kbd112 2021. 6. 6. 08:02

《모윤숙 시 》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중에서 ~

 

6월6일은 제66회 현충일 입니다

 

내게는 어머니, 아버지, 귀여운 동생들도 있노라. 

어여삐 사랑하는 소녀도 있었노라. 

내 청춘은 봉오리지어 가까운 내 사람들과 함께 

이 땅에 피어 살고 싶었었나니 

아름다운 저 하늘에 무수히 날으는 

내 나라의 새들과 함께 

나는 자라고 노래하고 싶었어라. 

나는 그래서 더 용감히  싸웠노라. 

그러다가 죽었노라. 

 

아무도 나의 주검을 아는 이는 없으리라. 

그러나 나의 조국, 

나의 사랑이여! 

숨지어 넘어진 

내 얼굴의 땀방울을 

지나가는 미풍이 이처럼 다정하게 씻어 주고, 

저 하늘의 푸른 별들이 밤새 내 외롬을 위안해 주지 않는가?

 

나는 자랑스런 

내 어머니 조국을 위해 싸웠고 

내 조국을 위해 또한 영광스리 숨지었노니 

여기 내 몸 누운 곳 이름 모를 골짜기에 

밤이슬 나리는 풀숲에 나는 아무도 모르게 우는 

나이팅게일의 영원한 짝이 되었노라.

 

바람이여! 

저 이름 모를 새들이여! 

그대들이 지나는 어느 길 위에서나 

고생하는  내 나라의 동포를 만나거든 

부디 일러다오. 

나를 위해 울지 말고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고. 

 

저 가볍게 날으는 봄나라 새여 

혹시 네가 날으는 

어느 창가에서 

내 사랑하는 소녀를 만나거든 

나를 그리워 울지 말고 거룩한 조국을 위해 울어달라고 일러 다고.

 

조국이여! 

동포여! 

내 사랑하는 소녀여! 

나는 그대들의 행복을 위해 간다. 

내가 못 이룬 소원, 물리치지 못한 원수, 

나를 위해 내 청춘을 위해 물리쳐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