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및 세상살이

네명의 아내를 둔 사나이

kbd112 2018. 5. 22. 08:44



네명의 아내를 둔 사나이

 

 명의 아내를 둔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첫째를 너무 사랑하여 자나깨나 늘 곁에 두고 살아갑니다. 

둘째는 아주 힘겹게 얻은 아내입니다.

사람들과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면서 쟁취한

아내이니 만큼 사랑 또한 극진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둘째는 아주 든든한 성(城) 과도 같습니다. 
셋째는 그는 특히 마음이 잘 맞아 늘 같이 어울려 다니며 즐거워합니다. 

그러나 넷째에게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녀는 늘 하녀 취급을 받았으며 온갖 굳은 일을 도맡아 했지만 
싫은 내색을 전혀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그의 뜻에 순종하기만 합니다.



어느 때 그가 머나먼 나라로 떠나게 되어,

첫째에게 같이 가자고 합니다.
그러나, 첫째는 냉정히 거절합니다. 

그는 엄청난 충격을 받습니다.

둘째에게 가자고 했지만 
둘째 역시 거절합니다. 
첫째도 안 따라가는데 자기가 왜 가느냐는 것입니다.

셋째에게 같이 가자고 합니다. 셋째는 말합니다.
"성문 밖까지 배웅해 줄 수는 있지만 같이 갈 수 없습니다." 라고..


넷째에게 같이 가자고 합니다. 넷째는 말합니다.

"당신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가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그는 넷째 부인만을 데리고 머나먼 나라로 떠나갑니다. 
 



"잡아함경(雜阿含經)" 에 나오는 이 이야기의 "머나먼 나라"는 저승길을 말합니다. 
그리고 "아내"들은 "살면서 버릴 수 없는 네 가지"를 비유하는 것입니다. 

첫째 아내는 육체를 비유합니다.

육체가 곧 나라고 생각하며 함께 살지만
죽게 되면 우리는 이 육신을 데리고 갈 수 없습니다.


 

사람들과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면서 얻은

둘째 아내는 재물을 의미합니다.
든든하기가 성과 같았던 재물도 우리와 함께 가지 못합니다.


셋째 아내는 일가 친척, 친구들입니다.

마음이 맞아 늘 같이 어울려 다니던 이들도 밖까지는

따라와 주지만 끝까지 함께 가 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나를 잊어버릴 것이니까요.

 



넷째 아내는 바로 마음입니다.

살아있는 동안은 별 관심도 보여주지 않고

궂은 일만 도맡아 하게 했지만 죽을 때

어디든 따라가겠다고 나서는 것은 마음뿐입니다.

어두운 땅속 밑이든 서방정토든 지옥의 끓는 불 속이든 
마음이 앞장서서 나를 데리고 갈 것입니다. 

살아 생전에 마음이 자주 다니던 길이

음습하고 추잡한 악행의 자갈길이었으면
늘 다니던 그 자갈길로 나를 데리고 갈 것이고

선과 덕을 쌓으며 걸어가던 길이 밝고 환한 길이었으면

늘 다니던 그 환한 길로 나를 데리고 갈 것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동안 어떤 마음으로

어떤 업을 짓느냐가 죽고 난 뒤보다 더 중요한 것입니다.    

 

- 옮겨온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