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팔자가 같은사람(1, 2, 3)
1.
송나라 때 고종은 사석선생의 예언대로 임금이 되자.
그에 감동하여 전국에 있는 유명하다는 예언가, 대 철학가,
도사 등 을 불러모아 자신과 같은 생년 생월 생시,
즉 사주팔자가 똑같은 사람을 찾아 오라 했다.
그 결과 오지 촌락에서 농사를 지으며 산다는 이길몽(李吉夢)이란
사람이 고종 앞에 서게 됐다. 고종은 이길몽의 위아래를 몇 번이나
훑어보고서는 묻기를, "그대는 나와 사주팔자가 같은데 그래,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고?" 하고 묻자, 이 길몽은,
"예, 상감마마. 소인 놈은 산간벽촌에서 벌 열세 통을 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고종은 무엇인가 수긍이 가는지 고개를 끄덕대며 다시 물었다.
"그러면 건강은 어떻게 유지하느냐?"고 하자 이길몽은, "예,
상감마마. 소인이 살고 있는 곳은 산수(山水)가 수려하고 주위에
병풍처럼 둘러쳐 있는 열세개의 산봉우리가 있어 맑은 공기가
충만하여 이렇게 건강하옵니다." 라며 은근히 과시했다.
고종은 웃음을 지으며, "과연 운명이란 묘한 거구나. 나는 한 나라의
임금으로서 열세 성(十三省)을 다스리고, 열세 명이나 되는 제후
(諸候)를 거느리고 있는데 그대는 벌을 열세 통이나 기르고 있다니
같은 처지로구나." 하고 파안대소를 했다.
이길몽은 송구하다는 듯이, "상감마마, 그것은 당치 않습니다.
일국(一國)의 국왕과 벌 열세 통을 어떻게 비유할 수 있단
말씀이옵니까?" 고종은 이길몽에게 이렇게 그 연유를 설명했다.
"본시 천칙(天則)으로 한 나라에 두 임금이 있을 수가 없으므로
그대가 벌 열세 통을 기르는 것은 내가 열 셋이란 성역(城域)을
통솔하는 것과 같은데, 그 이치는 벌통마다 그 안에 많은 벌을
거느린 여왕(女王)벌이 있어 결국 열 셋이나 되는 산봉우리에서
벌들이 날아다니며 꿀을 만들어내고 있다니 그대는 오히려
나보다도 더 마음이 편안한 천자가 아니겠오?"
고종의 이와 같은 설명을 듣고 있던 이길몽은, "과연, 그러하옵니다.
크고 작은 범위는 있지만 다 같이 십삼성(十三省) 십삼제후
(十三諸候)를 거느린 상감마마나 벌 열세통과 여왕벌 열 셋을
거느린 것은 똑같습니다." 라고 인정했다.
고종은 이길몽을 돌려보내고 신하들을 불러, "인간에게는 반드시 보이지
않는 운명(運命)이란 것이 존재하느니, 그런데도 세상에는 간혹 미신(迷信)
이라고 일축해 버리는 사람이 있지만 그것은 역리(易理)의 근본 뜻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소치이오." 라며 운명에 관한 열변을 토했다 한다.
2.
명나라 때 태조(太祖)도 자신의 생년. 월. 일. 시 등이 똑같은
사람을 찾아오라고 어명을 내린 일이 있었다.
어명이 내린 지, 한 달이 다 되어갈 무렵 신하의 안내로 명 태조 앞에
보기에도 흉칙한 거지 한 사람이 악취를 풍기며 무릎을 꿇고 앉았다.
거지는 얼마나 세수를 하지 않았는지, 때 국물이 줄줄 흐르는 시커먼
얼굴에 입에서는 지독한 냄새가 풍겼다.
태조는 그 거지에게, "거지 생활을 몇 년이나 했느냐?"고 묻자,
"이제 겨우 한 이십 년이 되옵니다." 거지로써의 대단한 경력을
과시하듯 대답했다. 그래서 태조는 거지에게 다시, "나는 임금의
몸이 돼 그 이름이 사방 곳곳에 났는데 너는 어찌하여 거지가 되었는고?
너와 나는 똑같은 생년월일시에 태어났으므로 소위 사주팔자가 같은데
왜 이렇게 다른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있느냐?"
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 거지는, "예, 상감마마. 어차피 인간의
삶은 꿈과 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소인은 밤마다 꿈속에서나마 천자(天子)가 돼 많은 신하들과 그리고
천하의 미인들을 후궁으로 두고 호의호식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사람들은 나를 보고, "거지, 거지, 미친놈"이라고 비웃지만
나만의 천국, 나만의 세계에서 그 어느 누구도 맛볼 수 없는 글자
그대로의 기상천외(奇想天外)한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그러하오니 상감마마께서 고귀한 천자가 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나
꿈속에서 천하를 다스리는 소인이나 뭐가 다를 바가 있겠습니까?" 하며
스스로의 판단을 자랑스럽게 펼쳐놓았다.
태조는 거지의 말을 듣고 파안대소(破顔大笑)하며, "세상에는 운명이
있다 없다 하여 다툼이 있더니 운명 있음은 역시 거역할 수 없는
하늘의 이치로구나. 양기(陽氣)가 강한 때는 낮으로 인간들이
주로 활동하는 양계(陽界)에는 내가 천자가 되지만 귀신들이 주로
활동하는 음계(陰界)에는 그대가 천자가 되느니 이는 인간의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렸다."
태조는 자신의 처지와 걸인의 처지가 같은 생년, 생월, 생일,
생시에서 비롯된 까닭임을 실감하고는 그 거지에게 집과 노비를 하사했다.
3.
[야담 野談]
성종(成宗)과 남첩(男妾)을 둔 여인(女人)
지금으로부터 5백여 년 전.
조선왕조 9대 임금인 성종(成宗)은
사주팔자에 관심을 갖고 있던 어느 날,
한 신하를 불러놓고 좋은 날을 골라 자신과 같은
생년, 생월, 생일, 생시에 출생한 사람을
찾아오라는 어명을 내렸다.
어명을 받은 신하는 온 나라를 샅샅이 뒤져본 결과,
성종 임금과 사주팔자가
똑 같은 한 여인을 데리고 왔다.
그 여인의 뛰어난 미모와
시냇물이 흐르는 듯한 막힘이 없는 언변은
보통 여인과는 사뭇 달랐다.
한 마디로 여걸이라고 함이 오히려 옳은 표현일 것이었다.
서울에 산다는 그 여인은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파란만장한 삶을 죽 늘어놓았다.
"소인은 조상 대대로 풍요로움을 누려온 가문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남다르게 머리가 총명하고 지혜가 많아
사물을 보면 예리한 판단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아버님께서는
소인을 유별나게 사랑해 주었사옵니다.
나이가 들자 아버님의 권유에 따라
인품이 고결하기로 유명한 선비와 결혼을 하게 되었지요.
그러나 뜻하지 않게 남편이 급사하는 바람에
졸지에 청상과부가 되고 마는 지경에 이르렀사옵니다.
남정네의 정을 모르는 채 밤이면
남 모르는 슬픔과 번민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독수공방을 하다가도 낮이 되면 양반체면을 도외시하지 못하는 지라
주로 역사책을 탐독하며 세월을 보내고 있사옵니다."
성종 임금은 자신하고 사주가 같다면
무엇인가 일치하는 점이 있어야 될 텐데
그렇지 못하여 이상하다 생각한 나머지
그 여인을 향하여 엄중한 어명을 내렸다.
"그대가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면
지금까지 한 말에 거짓이 있을 망정 용서하겠으나
계속 엉뚱한 거짓말로 짐을 희롱한다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니라."
성종 임금으로부터 엄명을 받은 여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상감마마,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소인을 죽여주세요."
라며 본분을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것은 사실이나 부자란 말은 거짓이었사옵니다.
사실은 몹시 궁핍하게 찌든 생활이라 종살이를 하다가
주인집이 노비 첩에서 면제를 시켜주고
중매를 해서 결혼하게 되었사옵니다."
성종은 여인이 종살이에서 면제돼
남편이 죽은 시기 등을 대조 해 본 결과
그 여인이 종살이 인명부에서 면제받던 날
성종은 정식으로 임금이 되었고
여인의 남편이 죽던 날
성종 임금은 왕비를 잃게 되었음을 알고 기이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성종 임금은 십여 명이나 되는 많은 후궁을 거느리고 있는 터라
그에 상응한 운명을 찾아보고자 더욱 자세히 물었다.
그러자, 그 여인은 얼굴이 붉어지면서 성종 임금에게,
"상감마마, 소인이 무슨 말씀을 드려도 괜찮은 지요?" 하고
조심스럽게 운을 띄우자.
성종 임금은,
"모든 것을 알아보고자 모처럼 어려운 자리를 마련했으니,
티끌만큼도 거짓없이 털어놓는 게 짐을 돕는 길이오." 라며
털어놓을 것을 종용했다.
그랬더니, 여인은 그제야 미소를 띠면서,
"소인은 옛날 중국 어느 왕비가 정부를 10여 명 두었듯이
소인 또한 공교롭게도 열세명의 남 첩을 두고 밤을 즐기고 있사옵니다."
하는 것이었다.
이에, 성종 임금은 그 여인이 신분은 다르지만,
자신이 한나라의 군왕계(君王界)에서 임금으로 즉위하고,
왕비가 일찍 죽은 것과 후궁을 열세 명이나 둔 것 등의 사주팔자와
여인이 종살이에서 면제는 되었으나,
남편이 일찍 죽은 것이며,
남 첩을 열세 명 둔 것의 사주팔자는
같은 생년월일시의 운명으로 서로 환경만 다를 뿐
그때그때 상황이 서로 대응되게 나타난 것이라고 심증을 굳히고
운명이란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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