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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과 대출사기- 통장을 빌려준 사람도 손해배상해야 할까요?

kbd112 2020. 11. 16. 07:41

보이스피싱과 대출사기- 통장을 빌려준 사람도 손해배상해야 할까요?

매일 마주치는 법률문제들/민사 소송 (내 권리를 지키자) 2014. 5. 20. 20:24 Posted by Affectio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에 돌아왔습니다. 어느덧 무더위가 성큼 찾아왔네요.

제가 다니는 법원은 계단에 나무와 풀 그림으로 화려한 개편이 있었습니다. 지원장님의 지시였을까요? 처음에는 낯설어 보이기도 했지만, 다니다 보니 상쾌한 느낌도 들더군요. 

법원에는 화가 난 사람들이 많습니다. 더위까지 겹치면 법원 문앞에서부터 고성이 오가는 법이지요. 계단에 모조이기는 하나 녹색 지대를 만드는 것도 어쩌면 고육지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보이스피싱' 사건에 대해서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보이스피싱, 파밍, 스미싱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범죄가 발생하는데요, 핵심은 속여서 전자 금융정보를 빼 낸 다음, 그 정보를 이용해서 인터넷뱅킹 또는 스마트폰뱅킹 등을 통해서 계좌이체를 하고 (또는 하도록 속이고), 그 다음 돈을 인출해서 가로채는 것이지요.

전형적인 보이스피싱은, 경찰이나 검찰을 사칭하고 전화를 거는 걸로 시작합니다. 대부분 중국이나 대만 등 해외에 있는 범죄자가 국제전화를 걸죠. 피해자에게 전화를 해서, 피해자 통장이 사기사건에 연루되었으니 지금 당장 검찰 계좌로, 또는 제3의 계좌로 안전하게 이체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1세대 보이스피싱이었죠. 요새 같아서야 이런 말에 쉽게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많지 않을겁니다. 그래서 2세대 보이스피싱은, 검찰이나 제3인의 계좌로 이체를 하도록은 요구하지 않고, 금융정보인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방식으로 접근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지금 통장을 바로 지급정지해 두어야 하니까, 통장 비밀번호만 알려달라고 압박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2세대 보이스피싱도 어느덧 한 물 지나간 듯 합니다. 쉽사리 전화로 사람들이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까닭이지요.

그래서 3세대 보이스피싱은, 아예 사기범들이 교모하게 은행의 인터넷 홈페이지처럼 꾸며둔 사이트, 또는 경찰이나 검찰청의 인터넷 홈페이지처럼 생긴 사이트를 만들어놓고서는, 그곳에 접속해서 피해자가 스스로 금융정보를 입력하도록 합니다. 이걸 '파밍'이라고 하는데, 아마 farming의 뜻인 듯 합니다. 함정을 파 두는 것이겠지요.

심지어는 악성코드를 피해자 컴퓨터에 미리 심어두어서, 피해자가 정상적인 은행 사이트로 접속하려고 해도, 바로 함정으로 파 둔 가짜 은행사이트로 접속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로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피해자분들이 하루에도 전국적으로 수십명, 또는 수백명에 달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중국인으로 국내에서 보이스피싱 후 예금을 인출하는 사람의 영장실질심사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들어보니 하루 일을 마치면 중국의 사기범들 사무실 천장까지 현금으로 가득 차게 된다는군요. 

그 정도로 이제 보이스피싱은 어쩌면 너무 익숙한, 마치 교통사고와 같은 범죄가 되어 버렸습니다. 심각한 문제이지요. 

당연히 보이스피싱은 중대한 범죄행위입니다. 우리 수사기관은 범죄인을 잡아 내기 위해서 무척 노력하고 있고, 실제로 중국 공안당국과 협조해서 거물인 두목을 잡아낸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보이스피싱 범죄를 당한 피해자들로서는, 범인들을 잡아서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돈을 되돌려 받는 게 목표가 됩니다. 요새는 피해자 환급제도가 마련되어서, 은행에 신청하는 경우 이체한 계좌에 남아있는 돈을 소송 없이도 먼저 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 계좌이체 후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인출을 해 버리기 때문에 크게 돈을 돌려 받는 경우는 많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결국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자 분들은 민사소송을 걸어서 돈을 돌려받고자 시도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피고'는 누가 될까요? 즉 누구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해야 하는 것일까요?

생각해보면, 당연히 보이스피싱 전화를 한 사기범(꾼)이 되어야 할 겁니다. 그러나 이들 보이스피싱 사기범은 해외에 있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수사가 오래 걸리거나 불가능한 경우도 있지요. '성명불상자' 그러니까 신원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때문에 이들 보이스피싱 사기범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대신, 보이스피싱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포통장명의인 (즉, 보이스피싱을 해서 속여서 계좌이체를 받은 통장의 명의상 주인)은 우리 금융기관에 인적사항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들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과 '손해배상'을 주위적, 예비적으로 청구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주위적' '예비적'이란, 말 그대로 우선 부당이득금을 반환하고, 그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손해배상으로 돈을 물어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소장을 작성하는 것은 청구의 원인, 즉 보이스피싱 피해자분의 권리의 근거가 두 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그 첫째는 상대방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돈이 이체된 것이므로, 상대방은 부당하게 이득을 받았고, 원고(피해자)는 그로 인해 손해를 보았으므로, 상대방은 이체받은 금원을 돌려달라는 것이지요. [부당이득금 반환]

하지만 만약 보이스피싱에 당하여 계좌이체 후 채 1분도 되지 않아서 돈이 빠져나가버린 상황이라면, 통장주인은 아무런 이득이 없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부당이득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고, 이를 대비해서 원고(피해자)는 둘째로 통장을 빌려주지 말아야 하는데 빌려주어서 보이스피싱이라는 범죄행위, 불법행위에 가담하였으므로, 통장주인에게 '손해배상'을 묻는 것이지요. 이는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묻는 겁니다. [손해배상]

 

그런데, 사실 생각해보면 과연 통장주인이 불법행위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통장만 빌려주었는데 말이지요. 위의 사진처럼, 무시무시한 해커도 아니고 또 보이스피싱 사기를 주도한 사람도 아닙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경우, 계좌주인은 또 다른 피해자입니다. 즉, 보이스피싱을 하는 사람들이 한국에서 대포통장을 사들이는 작업을 먼저 하는데, 이 때 돈을 싸게 빌려주겠다는 등으로 속여서 통장과 현금카드를 불법으로 모아들이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통장주인도 책임이 있을까요? 결론은,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통장(또는 현금카드 등)을 빌려주는 것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 되고, 그것이 전체로서 보이스피싱에 사용되었다면 통장대여자 역시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을 할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설령 통장대여자의 경우 검찰에서 수사를 받고 기소유예 등으로 실제 처벌은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민사상으로는 어느 정도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다만 실제 손해배상의 액수는 과실상계에 따라 일정 부분에 그칠 수 있겠습니다.

 

보이스피싱은 무서운 범죄행위입니다. 해외에서 범행이 착수되는만큼, 수사도 쉽지 않지요. 그러나 그 기본은 자기 명의의 통장이나 카드 등을 절대로 남에게 빌려주거나 심지어 돈을 받고 파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자신의 금융정보는 언제나 신중하게 보관하고 알려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겁니다.

보이스피싱이 없어지는 그 날을 기다려 봅니다.



출처: https://legalpad.tistory.com/3 [매일의 법이야기]